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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우리는 때때로 울지 못한 감정을 안고 하루를 살아갑니다. 차마 터뜨리지 못한 말, 목구멍에서만 맴돌다 사라진 눈물, 너무 늦어서 꺼내지 못한 슬픔. 그런 감정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잊힌 걸까요, 아니면 우리 안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걸까요?
울지 못한 감정은 종종 무언가가 되어 돌아옵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병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침묵이 됩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 그 감정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감정을 토해내지 못한 손끝에서 붓이 움직이고, 목소리 내지 못한 아픔이 피아노의 건반을 타고 흐릅니다. 울지 못한 감정이 그림이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감정과 마주합니다. 그것이 고통이든, 그리움이든, 아니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무언가든 간에 말입니다.
예술은 흔히 창작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거울은 단순한 반영이 아닙니다. 예술은 감정을 재조합하고, 해체하며, 새로운 구조로 재탄생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대로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살아진 감정이 아닌 살아지는 감정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울지 못한 감정이 예술이 되는 건 그 감정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은 그림 속에서 아직도 숨 쉬고 있고, 음악 속에서 여전히 흐느끼고 있으며, 춤 속에서 오늘도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어떤 감정들은 너무 깊어서, 너무 아파서, 혹은 너무 오래되어서 말로는 도저히 꺼낼 수 없습니다. 그럴 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손이 움직이며, 공간과 색, 소리, 움직임이 감정을 대신해 말하게 됩니다. 예술은 때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살아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감정을 정리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그것을 살아냅니다. 그리면서, 연주하면서, 움직이면서, 그 감정을 통과합니다.
당신도 언젠가 그런 순간을 겪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방에서 흘러나온 낙서 한 줄, 뜻 없이 울리던 피아노 건반, 흥얼거리던 선율, 갑자기 꺼내든 붓, 혹은 아무도 모르게 이어졌던 글자들. 그것들은 모두 울지 못한 감정의 조각들입니다. 감정은 터져나오지 않아도 예술로 스며듭니다. 그것은 때로 그림이고, 음악이고, 시가 되고, 혹은 그냥 한숨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감정들이 어떻게 예술로 스며들어가는지, 그리고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감정과 다시 연결시키는지를 함께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말로는 담기지 않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색과 형태, 움직임과 리듬 속에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 예술이 어떻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가 되는지를요.
1.마음속에 갇힌 감정은 어디로 갈까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감정을 담고 살아갑니다. 기쁨, 슬픔, 분노, 외로움,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매일 우리 안에서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 감정들을 모두 밖으로 꺼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아파서 말로 하기 어렵고, 어떤 때는 누가 내 감정을 이해해줄까 걱정되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감정들이 우리 마음속에 그냥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그런 감정은 마치 병 속에 담긴 물처럼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병은 점점 무거워지고, 우리가 움직이기도 힘들어질 수 있어요.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병을 꼭 터뜨리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바로 예술이라는 방법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우리는 마음속 감정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땐 밝고 선명한 색을 쓰게 되고, 슬플 때는 어두운 색이나 흐릿한 선을 사용하게 되지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림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거예요. 노래를 부르거나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손끝에서, 목소리에서, 글자 사이에서 감정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울 수 없을 때, 말할 수 없을 때, 감정은 조용히 예술이 됩니다. 감정은 우리 안에만 갇혀 있지 않아요. 그것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해요. 그래서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노래로, 또 누군가는 춤으로 자기 감정을 꺼내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꺼낸 감정은 더 이상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를 가볍게 해주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2.예술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에요
예술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어려운 걸 떠올리기 쉬워요. 미술관에 걸린 복잡한 그림, 무대 위에서 하는 멋진 공연, 유명한 작곡가가 만든 음악 같은 걸 생각하죠. 하지만 예술은 꼭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하는 낙서, 흥얼거리는 멜로디, 그냥 써본 짧은 글귀도 모두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안에는 내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예술은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에요. 말로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것 같은 이야기들도, 그림이나 소리, 몸짓으로 표현하면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진 결과물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그 예술 속에 진짜 내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거예요.
어떤 아이는 슬플 때 혼자서 춤을 춰요. 어떤 사람은 화가 날 때 피아노를 두드리며 감정을 풀어요. 또 누군가는 일기장에 조용히 감정을 적어 내려가죠. 이런 표현들은 모두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예술이에요. 그 순간만큼은 내 감정이 나를 괴롭히지 않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감정을 밖으로 꺼내면,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요.
예술은 그래서 마음을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안전한 공간이에요.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친구 같은 거죠.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됩니다. "아, 내가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이제 조금 덜 무거워졌어." 하고요.
3.예술은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알고 싶어 해요.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슬퍼질까?", "왜 자꾸 화가 날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런 질문들을 마음속에서 자주 하게 되죠. 그런데 그 답을 말로만 찾기는 어려워요. 말은 정리되고 논리적인데,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엉켜 있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을 이해하려면 말보다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그게 바로 예술이에요.
예술은 나를 밖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줘요.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 속에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어요. 어두운 색이 많다면, 나도 모르게 힘들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밝고 자유로운 선들이 많다면, 내가 조금은 가벼워졌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요. 글을 써보면, 지금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지도 보이죠.
또, 예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꺼내주는 도구예요. 말은 틀리면 고치기 쉽지만, 감정은 틀리고 맞는 게 없기 때문에 오히려 예술로 표현할 때 더 진짜 모습이 나와요. 춤추면서 울고, 노래하면서 웃기도 하죠. 이 모든 것이 진짜 나예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예술은 우리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따뜻한 길잡이가 됩니다. 어쩌면 친구보다도 더 솔직하게 나를 받아주고,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울지 못한 감정을 예술로 꺼내면, 그것이 상처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참 많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어렵고, 스스로도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를 때도 있어요. 그럴 땐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도 하죠. 하지만 그 감정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안에 조용히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무거워져서 숨이 막히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럴 때 필요한 건, 꼭 울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이 아니에요. 감정을 꺼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 바로 예술이에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몸을 움직이면서 우리는 마음속에 꽁꽁 숨어 있던 감정을 밖으로 꺼낼 수 있어요. 꼭 멋지게 잘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어요. 나를 위한 표현이면 충분해요.
예술은 감정을 바꿔주는 마법 같은 도구예요. 마음속에 있던 무거운 감정이 그림으로 나올 때는 조금 가벼워지고, 노래로 나올 때는 따뜻해지고, 춤으로 나올 때는 자유로워지기도 해요. 그렇게 감정은 예술 속에서 새로운 모습이 돼요. 아프기만 했던 감정이 나를 이해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때로는 웃게 만들기도 해요.
중요한 건, 감정은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말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예술은 우리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예요. 울지 못했던 감정이 예술이 될 수 있고, 그 예술은 다시 나를 꺼내줄 수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나아가요.
지금 마음이 복잡하거나, 이유 없이 답답하거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조용히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색을 칠해보세요. 아무 색이나 괜찮아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보세요. 또는, 짧은 글 한 줄을 써보거나, 멜로디를 흥얼거려도 좋아요. 그것이 바로 감정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에요.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에요. 울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감정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안아줄 예술이 되어줄 테니까요.